여러분은 ‘깐부’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 등도 공동 관리하는 한 팀”을 의미하는 단어가 ‘깐부’입니다. 이 단어는 최근 유명세를 타게 된 어느 드라마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 때문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놀이할 때 가볍게 사용되는 속어이기는 하지만 ‘내 것과 네 것에 대한 구분 없이’ 하나로 똘똘 뭉친 같은 편, 동지, 한 팀이라는 결속력을 표현하는 친근감 있는 단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깐부’는 누구입니까?
그리스도왕 대축일인 오늘, 복음은 빌라도가 예수님을 심문하는 장면입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빌라도에게 최고의 관심사는 ‘예수님이 정말로 왕이 맞는지, 아닌지?’에 있습니다. 마치 오늘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잘나가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며 서로 묻고, 그를 찾아 나의 왕으로 섬기며, 그의 말만 듣고 그를 지지하며, 그 뒤에 줄을 서려고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빌라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예수님에게 더 큰 관심사는 ‘이 세상이 아니라 나에게 속한 사람’입니다. 이미 세상의 임금으로 와 계신 예수님께는 ‘왕이 누구인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에 속한 사람이 누구인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 이 세상에 속하지 말고, 예수님 편에 속해 진리를 찾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이미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생명과 사랑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잘나가는 사람이 누구인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린 깐부잖아!”
교구 성서사도직담당 | 여한준 롯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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