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년이 넘게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기에 2021년의 성령 강림 대축일에는 특히 ‘생명을 주시는 성령’에 관하여 생각해 봅니다. 이는 성령을 향하여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라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신앙 고백입니다.
성령을 통하여 영원한 말씀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곁에 오셨던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게 겸손하게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을 받으셨고, 십자가에서 다 이루시고 숨을 내쉬셨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 당신을 부활시켜 주신 다음에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 죄를 용서해 주라.’고 하셨고(오늘의 복음 요한 20,22-23 참조), 승천하시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외침에서 ‘예수님이 버림받은 느낌이셨을까?’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십자가 이콘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를 성부께서 양손으로 붙잡고 계시고, 성부의 입과 예수님의 입 사이를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연결하여 십자가 수난의 현장에 성부, 성자, 성령이 함께 계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는 그리스도(기름 부음 받은 이)와 똑같이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기에 그리스도인 이라 불립니다. 신자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는 세례’를 받는데, 물은 죄에서의 죽음을 상징하고, 성령은 영원한 생명을 향한 부활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세례 받은 신자는 그리스도인으로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말씀과 성찬의 양육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하시며 성령을 청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날마다 ‘오소서, 성령님. 임하소서, 성령님.’하고 청하면 좋겠 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가 성령의 힘으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로마 8,15),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로마 8,26) 주시도록 해드려야 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시대입니다. 우울감을 느끼시는 등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 가운데에도, 이웃 중에도 어떤 분이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버려졌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오히려 언제나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며 사랑과 생명을 주신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우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가족과 이웃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나누는 일들을, 마스크 착용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도록 합시다.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주여, 저를 당신(성령)의 도구로 써주소서.”하고 기도하고,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화답송 후렴)라고 기도합시다. 우리 자신을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 당신의 도구, 생명을 살리는 도구로 내어 드립시다. 아멘
교구 총대리 | 장신호 요한보스코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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