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 깊은 요셉, 하느님과 세상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요한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짐꾼으로 나귀 한 마리를 데리고 여행을 가면서 요셉은 하느님은 무한정 좋으시고 자비가 넘치시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요한은 자기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픈 것이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아서 그렇다며, 하느님이 결코 좋은 분이신지 자비하신 분이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둘은 논쟁을 하며 여행을 가다가 날이 어두워져 야산 기슭에 불을 피워 야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피워 놓은 불이 다 타자 난데없이 호랑이가 나타나 나귀를 잡아갔습니다. 요셉과 요한은 오들오들 떨면서 호랑이가 나귀를 잡아가자 또 논쟁을 벌였습니다. 요한이, “저렇게 우리 나귀를 잡아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시는 하느님이 뭐가 좋으신 분이냐? 뭐가 자비로운 분이냐?” 이 말에 요셉은 “이 사람아!호랑이가 우리를 잡아가지 않고 나귀를 잡아갔으니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 아닌가?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셔서 호랑이가 나귀만 잡아가고 우리는 그냥 두고 간 거라네.” 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자, 요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세상을 내 행복과 출세에만 기준을 두고 살면 하느님이 내게 뭐가 좋으시고 자비로우신 분인가를 알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회개하는 우측 강도에게도 천국을 약속하셨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죄의 어리석음에 빠져 아무리 타락하고 무거운 죄를 지어도, 죽기 전에만 회개하고 하느님께 구원을 청하면 하느님은 반드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더욱 사랑하십니다. 다만 사랑과 자비를 표현하시는 방법이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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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20세기 초에 폴란드의 자비의 성모수녀회 소속의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님의 자비의 예수님 체험을 통하여 교회의 인가를 받아 지내게 되었습니다.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님은 2000년에 성녀 품에 올랐고 교회는 그때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주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큰 죄인들이라도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구원을 청하면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나시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죄인들에게 벌을 주시는 무서운 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죄인이고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어떤 죄인도 당신의 자비를 믿고 청하여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십니다. 오늘도 교회는 세상을 향하여 하느님은 어떤 죄인들이라도 뉘우치고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시라는 것을 외쳐야 합니다.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가지 않았으니,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 아니신가? 이 사람아! 하느님은 어떤 죄인도 다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는 자비의 아버지시라네.” 아멘
인동본당 주임 김교산 알체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