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소임을 하면서 특별히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이나 선종하시는 분을 만날 기회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우 한 분의 모습이 제 마음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요셉 할아버지와 가족들과의 사별 여정이 떠오릅니다.(코로나19사태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요셉 할아버지께서는 80대 초반의 말기 암 환자로, 호스피스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으로 자신의 여정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병자 성사를 요청하게 되었고, 저는 성사를 집전하러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성사를 드리기 이전부터 요셉 할아버지와는 계속해서 만남을 가져왔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만남을 통해 그분의 인격적인 성숙함은 물론이고 신앙인으로서의 깊이와 믿음에 대한 확고한 모습은 방문할 때마다 참으로 제게 귀감이 되는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날도 병실에 들어섰을 때, 병실에는 요셉 할아버지 주위로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요셉 할아버지께 병자 성사를 집전하고, 가족들에게 할아버지에게 하고 싶거나 미처 못했던 말씀을 하시라고 권유를 드렸습니다. 가족들은 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더러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했습니다. 그 와중에 요셉 할아버지는 “신부님,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가족들이 저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들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신부님,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가족들의 따스한 배웅 속에서 선종하셨습니다. 가족들은 저마다 정말 따스하고 좋은 분이셨다고, 아버님과의 사별은 너무 안타깝지만 아버님을 생각하면 항상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 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가족들의 마음에 소중한 선물을 하나씩 주고 떠나셨습니다. 더 이상 가족들이 죄책감과 상실감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할아버지께서는 선물을 주시면서 마지막으로 배려하신 것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요셉 할아버지의 죽음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귀한 열매가 되어서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삶을 축복으로 인도한 것입니다. 저는 요셉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사별 여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소원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로운 소원이자 곧 마지막 소원이기도 한 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은 요셉 할아버지처럼 맞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지막 소원’은 어떤 것인가요
교구 사회사목국장 이태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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