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주 청소를 하거나 목욕을 합니다. 왜냐하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있어야 할 것만 있어야 하는데 없어도 될 것들이 있게 되면 사람들은 치워버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현존이 머물러 있는 성전에 가셔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분노하십니다. 그 이유는 성전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거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전은 글자 그대로 성스러움(聖)이 펼쳐져 있는 곳인데 성스러움은 없고 상스러움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없고, 인간인 자신만 있고 이익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없어도 되는 것들을 치워버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래야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름만 성전이라고 해서 저절로 깨끗해지고 거룩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성전을 성전이 되게 하는 것은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들로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거룩한 마음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좋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전을 짓는다고 해도 성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거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서 이 성전을 허물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오늘날의 성전인 성당이 어떤지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는 성전인 성당을 거룩한 마음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몸도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우리의 몸은 성령께서 현존하시는 궁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령의 궁전인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거룩한 마음과 행위를 하고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 안에 예수님은 없고, 세상 것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빨리 없애버려야 할 것입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 있어야 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가장 깨끗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안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현존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곁에 오신 성령을 받아들이면서 성령과 함께 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 예수님께서는 나에게도 “이 성전을 허물어라.”라고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지묘본당 주임 박정근 테오디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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