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신부가 신학생 때 겪은 일입니다. 1990년대에는 주일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미사 때는 신학생들이 성체분배를 돕고는 했는데 동기신부도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성체분배를 하기 위해 제의방으로 들어가는데, 성당 마당에서 놀고 있던 한 아이가 뒤따라왔다고 합니다. 제의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는데 성당에서 이런 멘트가 나왔다고 합니다. “자… 이제 예수님이 오십니다. 기도 손 하고…” 이 말과 함께 성당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예수님이셨어요? 우~와 대박!”이라고 했답니다. 그 아이의 놀란 표정과 동기신부의 멋쩍은 표정을 생각하니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 1,28.31) 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라고 성모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처녀가 아이를 낳는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봅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루카 1,29)
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그 말씀을 곰곰이 되새기는 것, 그러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이것이 성모님의 기도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성모님은 늘 기도하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림 4주일을 보내는 우리에게 좋은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실 것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처럼 기도한다면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로마 16,25)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우~와! 예수님이셨어요?” 하고 깜짝 놀랄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그런 성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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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곧 예수님이 오십니다. 기도 손 하고!”
교구 관리국장 여운동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