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군대와 함께 선교사가 들어간 나라에서는 세례를 받으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가 몰래 들어간 나라에서는 세례를 받으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세례를 받고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분들이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순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999년에 390만 명이었던 전체 신자수가 2018년에는 580만 명으로 48.6% 증가하였습니다. 해마다 영세자가 10만 명 이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신자 증가율이 1.0% 대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주일미사 참례율도 1999년에 29.5%에서 2018년에는 18.3%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한국교회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신자 증가율도 감소하고, 미사 참례율도 감소하며, 영세자 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숫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도 영세를 몇 명이나 주었는가 하는 것만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교회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세례를 주는 것에만 치중했고, 영세자들의 삶이 복음화되는 것에는 관심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신앙생활 또한 많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한동안 미사가 중단되었고 다시 재개되었지만, 예전의 미사 참례자의 절반 정도만 나온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동안 양적인 성장으로 생겨난 거품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라는 소설을 보면, 중국에서 선교하던 프란치스 치셤 신부님은 현실적인 유혹 앞에서 갈등을 합니다. ‘그 지역에서 큰 재력을 가진 부자에게 세례를 주고 짧은 시간에 양적인 성장을 할 것인가?’ 그러나 치셤 신부님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선택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곳에는 차돌처럼 단단한 신앙을 가진 신자들이 모인 튼튼한 신앙공동체가 생겨납니다. 세례를 받고 더 나아가 복음을 받아들이는 ‘삶의 복음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전교는 세례를 주고 복음 말씀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