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를 묻는 베드로에게 끝없이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매정한 종의 비유’로써 이 말씀을 설명해 주시는데, 그 비유 안에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용서’ 대 ‘인간의 옹졸함과 비정함’이 잘 대조되어 있습니다.
비유에는 1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과 100데나리온을 빚진 사람이 나옵니다. 1탈렌트는 당시의 로마 화폐로는 6천 데나리온이었는데, 1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따라서 품삯을 5만원으로 계산해도, 1만 탈렌트는 약 3조원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6천만 데나리온×5만원)
로마시대의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쓴 『유다의 고대 풍속』이라는 책에 따르면, 기원전 4년에 유다와 이두메아와 사마리아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의 총액이 600탈렌트(약 1,800억)였고, 갈릴래아와 페레아에서는 연간 200탈렌트(약600억)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감안한다면 1만 탈렌트는 개인이 진 빚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그리고 100데나리온은 약 500만원입니다. 3조원과 500만원! 과연 이게 비교가 됩니까? 따라서 3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빚을 탕감 받은 사람이, 자기에게 단돈 500만원 빚진 사람을 못살게 굴고 감옥에 가두었다는 것은 너무나 파렴치한 태도입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인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 비유 말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엄청난 부채를 탕감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속죄하심으로써, 우리는 모든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하늘나라를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일만 탈렌트나 빚진 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엄청난 은혜를 받은 우리 역시, 작은 잘못을 범한 형제들에게 자비와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이러한 하느님의 엄청난 은총이 작용하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100데나리온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우리의 선행이나 공로도 반드시 거기에 보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작은 선행과 공로에 따라 하느님의 은총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비유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엄청난 은총을 묵상하고 감사드리며,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형제들에게 자비와 용서를 베풀고 많은 선행과 공로를 쌓아야 할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하느님께는 미미하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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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본당 주임 김성태 엠마누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