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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 말미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어제저녁 큰 사건(오병이어의 기적)이 있고 나서부터 지금 새벽까지 제자들은 역풍을 만나 안간힘은 쓰며 배를 몰고 있는데 물 위를 걸어오시는 스승을 목격합니다. 베드로는 청하여 스승과 함께 물 위를 걷습니다. 그러다 무서워 빠진 베드로는 스승에 의해 구해지고, 그가 배에 오르자 불던 바람마저 멈춘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스승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이 고백은 제자들이 스승의 진면목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치고 놀라서 엉겁결에 터져 나온 두려움 섞인 탄성 같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오병이어라고 알려진 대단한 사건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큰 사건이 있은 후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재촉하여 반대편으로 떠나 보내고 혼자 군중을 돌려보내십니다. 제자들을 재촉하여 군중들과 떼어내어 떠나 보내신 것은 그들이 이 대단한 빵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군중들 사이에서 읽히는 이상한 기운을 알아차리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잽싸게 다독이고 감동을 주어 질서정연하게 돌려보내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사명, 선포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이나 오늘처럼 물 위를 걷거나 걷게 하는 기적을 행하는 분, 마귀를 몰아내고 병든 이를 치유해 주는 의사, 혹은 죽은 이까지 일으키시는 신통방통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보며 스승이 선포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를 알아가기보다 돈이 되는 능력이라고 생각되는 스승의 그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스승이 선포하고 살아내고 있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분의 사명은 세상에서 이루어가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며, 내가 살고 그들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빵 사건을 통해서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을 보며 겁에 질려 유령이다!”라며 스승을 한낱 물 위를 걷는 유령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라고 하신 것은 믿음이 약하고 의심하여 물에 빠졌으니 믿으면 물위를 걸을 수 있으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내가 가르치고 보여주었고 같이 살고 있는 하느님 나라가 진정으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지 않느냐?’ 내가 한 일들, 특히 너희들이 가진 그 몇 안되는 빵과 물고기로 오 천 명이 공동 식사를 한 일을 보아서라도 믿어야 하지 않느냐?’는 안타까움에 터져 나온 한마디 외침입니다.

 

우리가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은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입니다. 이 나라를 살기 위해 우리는 기도하며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힘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또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때로 위험과 두려움에 빠진 이들을 구하며 인내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나의 기도와 인내는 제자들이 사도가 되어 목숨 걸고 하느님 나라를 살며 전했듯 형제자매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평화본당 주임   오상직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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