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밭에 묻힌 보물’ 혹은 ‘좋은 진주’에 비유하십니다. 그리고 보물의 가치를 깨달은 사람은 그때까지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버리면서, 하느님 나라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하늘나라는 신앙인에게 있어서 이상이고 목표입니다. 하늘나라의 목표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신앙인은 세상적인 삶과는 구별되는 신앙의 삶을 살아갑니다. 신앙의 삶은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신 삶을 따라가는 삶입니다. 사랑하고 희생하며, 인내하고 봉사하여, 이해하고 자비를 베풀고, 용서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본받는 신앙의 삶은, 신앙인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에 그 어떤 대가(손해)를 치르더라도 현실의 삶 안에서 새롭게 선택되어지는 삶입니다. 밭에 보물이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사고, 상인이 가진 것을 다 처분하여 값진 진주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보물과 진주를 사고 난 후의 삶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를 목표로 살아가는 신앙의 삶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말씀을 새기며 살아가기에 이전의 삶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신앙의 삶을 꽤나 잘하고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오랜 기간 겪으면서 정말 잘하고 있었는가에 의문이 듭니다. 한때 종교집회가 금지되기도 했었고, 지금은 주일 미사가 재개되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주일 미사 참례 신자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물론 아직도 종교집회를 통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방역당국에서의 ‘종교 소모임에 대한 자제’ 권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들이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신앙의 삶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하느님 나라’라는 우리 인생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가치가 ‘건강’이라는 현실적 가치에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 상황이 당분간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소극적인 대처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신앙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의 신앙을 키우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각자의 삶에서 철저한 생활 방역을 준수하면서도, 신앙적 지혜를 발휘하여 우리 삶의 목표인 하늘나라를 향한 여정을 성실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에게 코로나의 어려움이 신앙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슬기로운 신앙생활로 이어지길 두 손 모아 청합니다.
성요셉요양병원장 김영섭 그레고리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