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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통해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더 큰 고독감을 느낍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시대가 너무 가벼운 것만을 추구해서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도 가볍게 만나고, 사랑도 가볍게 하고, 쉽게 만나고 헤어집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인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아마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얻었기 때문에 쉽게, 빨리 잃어버리고 싫증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볍고 빠르고 쉬운 것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행태는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더 쉽고 빠르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신앙이 깊어지기를 원합니다. 좀 더 노력하고 인내하고 기다리지를 못합니다. 거기에다 내 방식대로, 내 편한 대로 하느님을 찾고 체험하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안되면, ‘하느님은 안계시는 모양이다.’, ‘이 신앙은 진리가 아니다.’라고 포기해버립니다. 쉽고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는 과거보다 하느님을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들이 어떻게 해서 예수님을 따라 나서게 되었는지 봅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들은 겐네사렛 호숫가에 있는 마을 카파르나움 출신의 어부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어부인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베드로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라며 자기가 알고 있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에 순명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깊은 곳은 더 빨리, 더 쉬운 방법이 아니라 천천히 인내하며 자신의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주님을 만나라는 뜻입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하느님을 대면하고 그분과 일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묵상과 기도의 결과였습니다. 한순간에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자기 안으로 파고 들어가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자신을 비우게 되고 하느님을 찾고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주님은 땀을 흘리지 않고서 가볍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기다리고 인내하는 수고와 땀을 흘려야만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어떤 보물보다 귀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어떠한지, 쉽고 편하게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진정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깊은 곳으로 가서 주님께 나를 내맡기면서 기다리고 인내하는지 되돌아보도록 합시다.

 

영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김정희 바오로 신부

2019년 2월 10일 연중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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