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말씀은 우리 가운데 계시고 우리와 함께 사셨습니다. 태어나실 때에는 구유에서 우리를 맞이하시고 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낮게 움푹 팬 요르단 협곡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모든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십자가로 우리를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인정해주셨습니다.
어린이들은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면서 성장합니다. 감각을 통해 새로운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식의 욕구를 해결합니다. 성인이 된 우리들은 조금 더 고차원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해 질문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등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자 합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하십니다. 요한의 세례로 백성들은 기대에 차 있었고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는 세례자 요한에게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십니다. 그리고 기도하시자 하늘이 열리고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확증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목소리에 예수님께서는 그 말씀대로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랑받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로 정체성을 확립하십니다. 아무 죄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먼저 본보기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사랑받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보듯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는 기도를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일상의 순간마다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준영 라파엘 신부 | 국내 연수
2019년 1월 13일 주님 세례 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