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얼굴 몇 번 마주친 수녀님께서 저보고, “신부님, 데레사 수녀님 아세요?”라고 묻습니다. “네?”라고 말하며 생뚱맞은 표정을 했더니 “박 아무개 데레사 수녀님요.”라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고는 “아! 네, 잘 압니다. 제가 신학교 들어갈 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십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어두운 방에 불을 켠듯 밝은 표정으로 “제가 데레사 수녀님 친구 수녀인데, 우연찮게 신부님 이야기를 했더니꼭 안부 전해달라고 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야 비로소 제 마음은 경계심이 없어지고 표정은 해맑게 변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신비롭게도 고마운 분을 잘 안다는 말은 상대방을 다르게 보게 합니다. 그 이후 그 수녀님과 마주칠 때는 더 이상 낯선 수녀님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안다는 것은 관계를 새롭게 이어줍니다.
성부 하느님을 온전히 알고 계신 분이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성부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사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시면 하느님을 알 수 없고, 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부와 당신 자신과의 특별한 관계를 말씀하십니다. 성부께서 아들에게 모든 권한을 주셨고, 또 당신만이 성부를 온전히 알고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뜻하시는 사람에게 성부를 알게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복음 후반부에 성부를 알도록 하는 방법으로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라고 직접 말씀하십니다. 슬기롭고 지혜롭다는 율법학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이 하느님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내세운 율법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나에게 오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진정으로 알고자 하신다면 오늘 복음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당신이 뜻하신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해 주신다고 하신 말씀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드러내 보여주신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지혜롭지 않고 슬기롭지 않아도 됩니다. 철부지처럼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뵈옵는 순간, 모든 것은 행복으로 바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부에게서 받은 당신의 권한으로 하느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십니다. ‘내가 했던 것처럼 행동하고, 내가 말했던 것처럼 말하며,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생각하려고 힘써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을가볍다.”라는 말씀이 ‘내가 했던 것처럼 하라.’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서재본당 주임 김성은 요한 신부
(2017년 7월 9일 연중 제 14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