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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청하였다.”(마태 15,25) 오늘 복음 속 가나안 부인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여러분도 기도 많이 하시지요? 기도는 숨 쉬고 밥 먹고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의 본능에 상응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매일 기도하는 건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요. 기도는 우리를 정화하고 유혹에 맞설 힘을 줍니다. 또 기운을 북돋아 주고, 두려움을 없애주며 대체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요.


하느님을 잊고 그분에게서 도망치며 자신을 숨기려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늘 우리가 당신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를 찾아오시지요. 그분은 우리를 그리워하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야기할 사람 없어 외로울 때도 우리 곁에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흔히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하지요. 탈출기 3장은 기도가 무엇일 수 있는지, 무엇이어야 하는 지 보여줍니다.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서 하느님은 모세와 치열하게 대화하셨고 그에게 사명을 주셨습니다. 모세는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을 드렸으며 마침내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을 받았습니다. 모세는 기도 중에 사명을 받았고 기도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탈출 33,11)는 말씀을 읽을 때면 부러운 마음에 모세처럼 기도하고 싶어지지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예수님의 삶 자체가 탁월한 기도였습니다. 그분은 사막에서 유혹을 받을 때나 제자들을 뽑을 때, 십자가의 죽음을 맞이할 때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성령 안에서 하느님과 하나 되는 길은 바로 기도였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살아 있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뜻대로, 자신을 위해, 자신의 힘으로 살려 하지 않습니다. 점점 더 자신을 하느님께 맡길 따름입니다. 참, 기술을 배우듯 기도를 배울 수는 없습니다. 기도 잘하는 비법이나 지름길도 따로 없고요. 기도는 오직 기도함으로써만 익힐 수 있습니다. 꾸준히, 정성껏 말이죠.


명동본당 지하성당 입구에 이런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왜 걱정하십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 우리도 기도할까요? 가나안 부인처럼요.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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